경남 전통시장, 건축 양식과 골목 구조로 읽는 새로운 탐방법

주말 아침, 창원의 한 전통시장 입구에 서 있던 한 시민이 잠시 멈칫했다. 길게 늘어선 점포들의 지붕 높이가 조금씩 다르고, 골목이 갈라지는 지점마다 기둥의 재질이 바뀌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건물의 나이가 눈에 띄게 달라 보였다. 평소에는 그저 먹거리와 물건을 사는 공간으로만 여겼던 시장이, 순간 낡은 도시의 시간을 품은 전시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경험에서 출발해 경남 지역의 전통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 지역 화폐가 얼마나 지원되는지, 어떤 먹거리가 유명한지보다 오히려 시장을 구성하는 물리적 구조, 즉 건축 양식과 골목의 분기 방식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장의 형태는 그 지역의 역사, 교통, 상권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골목에 숨은 가게들은 바로 그 구조의 틈새에서 만들어진다.

경남의 전통시장은 크게 세 가지 건축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일제 강점기와 1960년대에 걸쳐 조성된 길쭉한 선형 구조의 시장이다. 철도역이나 버스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발달한 이 유형은 좁고 긴 통로를 따라 점포가 늘어서 있으며, 지붕은 대부분 아치형 천장이나 경량 철골 구조로 덮여 있다. 창원의 옛 상남시장 인근이나 마산의 옛 항구 주변 시장이 대표적이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천장의 재질이 판넬에서 벽돌과 목재로 바뀌는 지점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시장이 확장되어 온 역사의 층위를 그대로 드러낸다.

두 번째 유형은 1970~80년대 도시 개발 시기에 형성된 블록형 구조다. 일정한 사각형 대지 안에 점포를 배치하고 그 사이로 십자형 골목을 놓은 방식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둑판처럼 보인다. 이 구조에서는 골목의 폭이 비교적 일정하고, 모서리 점포가 모퉁이를 둥글게 깎은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서리 점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이라 작은 분식집이나 반찬 가게가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시장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쉽게 길을 찾는 것도 이 구조의 장점이지만, 반대로 골목의 규칙적인 반복 때문에 방향 감각을 잃기도 한다.

세 번째로 주목할 만한 유형은 최근 2000년대 이후 재개발을 거치며 새롭게 태어난 복합형 시장이다. 기존의 낡은 점포를 허물고 일부 구간에 현대식 유리 외관과 중정(中庭)을 도입한 형태로, 옛 골목의 일부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건물을 덧붙였다. 이 방식은 오래된 시장의 기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절충의 산물이다. 경남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시장 재생 사업의 결과물들이 이런 형태를 띠며, 오래된 건축 자재와 새로운 재료가 공존하는 모습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적 차이를 알았을 때, 골목에 숨은 가게를 찾는 것이 왜 쉬워질까. 건축 구조는 사람의 동선을 결정하고, 동선은 상권의 성격을 나눈다. 예를 들어 선형 구조의 시장에서는 입구에서 30미터 지점부터 사람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이 지점은 첫인상의 긴장이 풀리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는 구간이라, 작은 찻집이나 디저트 가게가 숨어 있기 쉽다. 블록형 구조에서는 모서리 점포의 뒤편, 즉 골목이 꺾이는 안쪽 지점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수공예 점포나 오래된 이발소가 자리하는 경향이 있다. 중정이 있는 복합형 시장에서는 중앙 공간을 향해 창문을 낸 점포가 시선을 끌지만, 정작 숨은 가게는 중정에서 살짝 비켜난 뒤편 통로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탐방법을 실제로 적용해 보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시장의 전체 배치도를 그려보는 것을 권한다. 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한 바퀴를 천천히 둘러보며 골목이 갈라지는 지점, 지붕의 높이가 바뀌는 지점, 바닥 타일의 재질이 달라지는 지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골목을 정해 깊숙이 들어가 보는 것이다. 이때 유명한 점포에만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오히려 손님이 적어 보이는 점포에 주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는 오히려 주인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소규모 작업실이나 공방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장의 역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나 건물 외벽의 제작 연도 표시를 관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남의 여러 시장에서는 근대 건축물 등록이나 시장 재생 사업 과정에서 건물의 역사를 설명하는 표지판을 설치한 곳이 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을 해석하면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오래된 도시의 흐름을 읽는 여행이 된다. 건축 양식은 그 지역이 어떤 경제적 흐름을 겪었고,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 탐방의 새로운 재미는 먹거리나 물건 너머의 공간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같은 경남이라도 창원의 시장과 진주, 통영, 밀양의 시장은 그 구조가 모두 다르다. 항구 도시는 비교적 개방적이고 넓은 골목을 가진 반면, 내륙 도시의 시장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더 많다. 이러한 차이를 알고 나면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지리와 역사가 압축된 문화유산으로 다가온다. 다음에 경남의 시장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메뉴판보다 먼저 골목의 구조와 지붕의 모양부터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건물의 틈새에 숨어 있는 오래된 가게 하나가 그 시장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를 선사할 것이다.